수분부족지성 피부의보습 루틴 (세라마이드, 피부장벽)

보습 제품을 계속 추가하는데도 오후만 되면 얼굴이 당기는 느낌, 겪어보신 분이라면 이게 얼마나 답답한지 아실 겁니다. 저도 한동안 히알루론산 앰플에 가벼운 로션을 덧바르는 루틴을 고집했는데, 수분을 아무리 채워도 두세 시간이 지나면 같은 자리가 또 건조해졌습니다. 그러다 보습에는 ‘수분을 채우는 단계’와 ‘수분이 빠져나가지 못하게 막는 단계’가 따로 있다는 걸 알게 됐고, 그 두 번째 단계를 저는 오랫동안 빠뜨리고 있었습니다.

수분 제품을 아무리 쌓아도 해결되지 않던 건조감

수부지(수분부족지성) 피부를 가진 분들 중에는 저처럼 무거운 크림을 피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수분은 부족하지만 피지는 정상이거나 많은 편이라, 크림을 바르면 모공이 막히거나 번들거릴 것 같다는 우려 때문이죠. 그래서 기름기 없는 가벼운 제형만 고집하는 분들이 꽤 많습니다. 저도 그랬고요.

문제는 가벼운 수분 제품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건조감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점이었습니다. 광대 위쪽, 입가, 양 볼 안쪽이 늘 먼저 당겼는데, 히알루론산(Hyaluronic Acid) 앰플을 두 번 덧발라도 그 자리는 꿋꿋하게 당겼습니다. 히알루론산이란 피부 안으로 수분을 끌어당기는 보습 성분으로, 수분 공급 능력이 뛰어나다고 알려진 흡습제(Humectant)입니다. 그러니까 수분을 끌어오는 역할은 충분히 하고 있었던 셈인데, 그게 머물지를 않았습니다.

그제야 ‘채우는 것’과 ‘잡아두는 것’이 다른 문제라는 걸 받아들이게 됐습니다. 미국 피부과학회(AAD)에서도 보습 성분을 크게 흡습제, 밀폐제(Occlusive), 연화제(Emollient) 세 가지로 구분합니다. 흡습제가 수분을 끌어오면, 밀폐제와 연화제가 그 수분을 가두는 역할을 한다는 설명입니다. 저는 흡습제만 쌓고 있었던 겁니다.

세라마이드가 ‘지질 성분’이라는 것이 핵심이었습니다

세라마이드(Ceramide)라는 이름은 들어봤지만, 그게 정확히 어떤 역할을 하는지는 잘 몰랐습니다. 흔히 “보습에 좋다”는 말만 들었지, 히알루론산과 어떻게 다른지 구분하지 못했어요. 제가 직접 찾아보니, 세라마이드는 피부 표면을 구성하는 각질세포 사이의 빈틈을 메우는 지질(Lipid) 성분이었습니다. 지질이란 간단히 말해 유분 계열의 성분으로, 세포와 세포 사이에 자리잡아 피부 장벽(Skin Barrier)을 이루는 핵심 재료입니다.

벽돌벽에 비유하면 이해가 빠릅니다. 각질세포가 벽돌이라면, 세라마이드를 비롯한 지질 성분은 벽돌 사이를 채우는 시멘트입니다. 이 시멘트가 줄어들면 벽에 미세한 틈이 생기고, 그 틈으로 수분이 빠져나갑니다. 피부 과학에서는 이 수분 손실을 경피수분손실(TEWL, Transepidermal Water Loss)이라고 부릅니다. TEWL이란 피부 장벽의 틈으로 수분이 증발하는 현상을 수치로 나타낸 지표로, 이 수치가 높을수록 피부 장벽이 약하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니까 히알루론산이 수분을 잡아끄는 역할이라면, 세라마이드는 그 수분이 새어 나가지 못하게 벽을 보수하는 역할입니다. 둘은 역할이 완전히 다릅니다. 세라마이드 크림이 수분 크림과 같은 거라고 생각했던 분이라면, 이 차이를 먼저 이해하는 게 중요합니다. 저도 이걸 뒤늦게 알았습니다.

참고로 미국 국립생물정보센터(NCBI) 게재 연구에 따르면, 피부 장벽의 지질 구성에서 세라마이드 단독보다 세라마이드, 콜레스테롤(Cholesterol), 지방산(Fatty Acid)이 함께 있을 때 장벽 회복 효과가 더 균형 있게 나타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성분표에서 세 가지가 같이 보이는 제품을 고르면 좋은 이유가 이것입니다.

루틴에 세라마이드를 넣고 나서 실제로 달라진 점

세라마이드 크림은 무거울 거라는 선입견이 있었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는데, 막상 시중 제품을 찾아보니 제형이 생각보다 다양했습니다. 묵직한 크림 타입이 있는가 하면 겔 크림이나 로션에 가까운 제형도 있었고, 수부지 피부에도 부담 없이 쓸 수 있는 가벼운 질감의 제품도 많았습니다.

처음엔 가벼운 제형부터 시작해서 조금씩 무게감을 올려가는 방식으로 찾아갔습니다. 그렇게 루틴에 세라마이드 크림을 추가하고 몇 주가 지나면서 세 가지가 분명히 달라졌습니다.

  1. 반복되던 건조 부위가 줄었습니다. 광대 위쪽과 입가는 어떤 제품을 써도 늘 먼저 당기던 자리였는데, 세라마이드 크림을 마지막 단계에 올리고 나서 그 빈도가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수분 앰플을 더 두껍게 발라도 달라지지 않던 부위였는데, 역할이 다른 성분이 들어가니 달라진다는 게 실감났습니다.
  2. 보습 효과가 오래 갔습니다. 이전엔 아침에 바르고 점심 무렵이면 볼이 당겼는데, 지금은 오후까지 당기지 않는 날이 확실히 늘었습니다. 얼마나 많이 바르느냐보다 얼마나 오래 머무르게 하느냐가 더 중요할 수 있다는 시각을, 제 경험상 이건 맞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3. 피부 반응이 줄었습니다. 환절기나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 예민해지던 정도가 덜해졌습니다. 장벽이 조금이라도 보완되면 외부 자극에 덜 반응한다는 게 이런 식으로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세라마이드 크림이 모든 건조 문제를 해결한다는 말은 아닙니다. 수분을 공급하는 단계, 즉 흡습제 역할을 하는 토너나 앰플이 없으면 가둘 수분 자체가 없습니다. 두 단계가 같이 있어야 보습이 온전히 작동합니다. 다만 저처럼 수분 제품은 여러 개 쓰면서 장벽을 보강하는 단계가 빠져 있었다면, 세라마이드 크림 한 가지를 추가하는 것만으로도 체감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보습이 부족하다고 느낄 때 반사적으로 제품을 더 추가하기 전에, 지금 루틴이 수분 공급과 장벽 보강 두 단계를 모두 갖추고 있는지 먼저 점검해 보시길 권합니다. 제 경험상 이건 제품 가짓수의 문제가 아니라 단계 구성의 문제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피부과 진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증상이 지속된다면 피부과 상담을 받아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참고: – 미국 피부과학회(AAD): https://www.aad.org/public/everyday-care/skin-care-basics/dry/how-to-stop-skin-from-drying-out

  • 미국 국립생물정보센터(NCBI) 피부 장벽 지질 관련 연구: https://www.ncbi.nlm.nih.gov/pmc/articles/PMC67152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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